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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3 - First Round 세팅

지암거사 2012. 4. 14. 20:40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3 - First Round 세팅

 

 

새벽안개 속에 원목을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큰 트레일러가 어떻게 작업장으로 들어오는지 볼 때 마다 신기합니다.

작업장은 충분히 크지만 진입로 일부는 급하게 꺾인 길이 있거든요. 저 같으면

5톤 크레인으로 들고 나는 대도 벌벌거리는데 이 트레일러 기사님은 작년 가을

맨 처음에만 우리보고 앞뒤를 봐 달라고 하더니 이젠 우리가 전날 필요한 곳에

원목토막 몇 개로 메워주면 알아서 척척 들어옵니다.

 

 

서글서글하고 부지런하고 억지 부리지 않고...가끔가다 억지를 부리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분을 만나면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인천과 군산

두 군데에서 원목을 구하는데 이 기사님이 싣고 오는 인천원목장의 담당자와는

얼굴도 모른 채 3년째 거래를 하면서도 서로 실수가 없습니다.

 

 

도면에 따라 가기초작업을 한 후 마지막으로 공간에 대한 최종점검을 하면서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좌우로 조금씩 더 넓힐까? 처음에는 왜 그렇게 공간이

좁아 보이는지...상대적인 공간감이 작용한 탓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그런

느낌을 받네요.

 

 

원목수가공통나무가공작업을 하는 빌더들에게 원목과 씨름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행복한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건 필링(Peeling, 껍질 벗기기).

저야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약간 뒤로 빠져있는데, 원목을 들일 때마다

공연이 팀원들에게 미안합니다. 작년 한해 십만 材(사이, 트레일러 열대분량)

가량의 껍질을 벗겼는데 올해는 얼마나 벗길지...

 

사력을 다해 겉껍질을 벗기고

 

 

전투적인 곡면대패작업으로 속껍질을 깎아

 

 

이틀 만에 수물 다섯 본의 원목부재를 준비했습니다.

 

 

혀눅옵파와 30군은 벌써 네 번째 풀나치작업을 연달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와 손발을 맞추면서 고생들 많았지요. 통나무 일을 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풀나치작업경험이 없는 걸 고려할 때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으나

제가 그렇듯이 하면 할수록,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풀나치 로그 월 작업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는 것을 느끼는 듯합니다.

 

 

가기초 위에 Half Log 세팅을 해 놓고 최초의 나치가 만들어질 Sill Log부재의

밑면 평면가공을 하고 있습니다. 하프로그 위에 실 로그가 얹히지만 이 밑면은

기초 평면위에서 서로 만나게 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사전작업이 필요합니다.

 

 

우선 정확한 평면이 만들어진 하프로그와 실 로그 부재를 준비하여 하프로그에

최초의 스카프를 만들고 이를 가기초위의 먹줄에 정밀하게 일치시킵니다.

다시 그 상태로 하프로그의 밑면 높이와 전후좌우 레벨을 점검한 후 그 위에

실 로그 부재를 올리는데 원목의 반을 가른 하프로그의 경간 높이가 다르므로

쐬기를 넣어 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밑면의 앞뒤레벨을 수평상태로 만듭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실 로그에 최초의 Notch Scribing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나무의 수축률과 하방압력을 고려한 오버 스크라이빙을 적용합니다.

조금만 방심을 해도 오차가 커지거나 먼 장래의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리를 알고 진행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풀나치 통나무집이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만

200여 년에 걸쳐 계승되어온 원리와 기술이기에 아직 채 10년도 되지 않은 제가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오히려 한두 번 경험했을 뿐이면서

완벽함을 구사했다고 배짱을 부리는 경우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또 유지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터,

쉽게 나무의 탄성과 유연성을 거론하며 "괜찮아!"연발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반면 저는 말 그대로 나무의 탄성과 유연성 때문에 예상 밖의 오차가 생기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의 노력은 최선을 다하고 도저히 우리가 할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흐름에 따른다는 기준을 고수하고 있지요.

 

 

그렇게 주의 깊고 세심한 작업과정을 거쳐 나치 제 1라운드 작업이 끝났습니다.

 

 

잘 안착되었는지 살피는 자세가...흠흠.

 

오다가다 그냥 작업장에 오셔서 구경하는 분들은 월 로그와 월 로그 사이의

틈을 보고 갸우뚱 하며 괜찮은지 묻습니다. 참 설명하기 복잡하고 곤란한데...

저는 '띄우는 게 기술'이라고 말씀드리지요.

 

 

하프로그와 실 로그의 앞뒤 좌우의 레벨을 모두 맞추지 않으면 이 모습이 약간

삐딱해 집니다. 앞의 설명이 이해되시나요? 이 집의 Log Wall 작업이 끝나 갈

즈음이면 압력으로 나치가 미끄러져 내려와 이 사이가 거의 없어지는 것이지요.

 

 

경간이 넓어 나치가 없는 중간에 만들어 놓은 가기초 받침과 월 로그는 이처럼

틈이 벌어진 상태로 있다가 점점 좁혀져 붙는 것이고요.

 

 

"에...또...보통은 저기 거실의 전면 스판(Span)과 비례하는 높이로 지붕의

각과 크기를 만드는데, 이 집은 포치가 포함된 넓이로..."

 

정도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을 터이나 포스트&빔 통나무집은 세부 작업도면(

Detail)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빌더가 힘들지 작업자(Worker)들은 도면에 따라

치수별로 수평 및 수직 절단하여 장부를 만들어 가는, 부담이 적은 일인 반면

풀나치 통나무집 원목작업은 그 집을 설계한 빌더가 이끌어가지만 팀원들 또한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작업자들도 집의 전체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으면 그만큼 좋을 수밖에요.

 

 

"그러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 해 왔던 일의 연장으로 볼게 아니라 새로운 마음과

느낌을 가져달라는 거야. 알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저는 기대와 설렘 못지않게 팽팽한 긴장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나치 제 2라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Handel (1685 ~ 1759)

Oratorio "Messiah" HWV 56  (1743)
41 Air.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
내 주는 살아 계시고

 

Jennifer Vyvyan, sop
Sir Thomas Beecham, Cond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Chorus
Orchestration: Sir Eugene Goossens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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