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5 - 나치 제 7라운드, Header 전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5 - 나치 제 7라운드, Header 전
놈 놈 놈...
좋은 놈
껍질이 두껍지도 않고 이미 7할 이상 벗겨져 있는 나무.
물론 나무도 곧고 원 말구 차이가 10센티를 넘지 않으며
집게 따위로 인한 상처도 없다.
나쁜 놈
온몸을 두툼한 껍질로 온통 감싸고 있다. 그런 만큼 몸에 상처는 없으나
다섯 명이 한 시간 가량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경우도 있어 진을 뺀다.
그 중에는 원 말구 차도 15센티가 넘는 '매우 나쁜 놈'도 있다.
이상한 놈
얼핏 보기에는 껍질이 듬성듬성 벗겨져 있어 "요놈은 그래도 쉽겠구나!"하고
방심을 하고 덤벼들었는데 껍질과 알몸이 거의 일체가 된 듯 드로우 나이프의
날도 잘 안 먹히는 성질 고약한 놈이다. 한마디로 "좋다가도 좋지 않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심한 놈들이 대부분입니다.
"나뿐 놈"과 대적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때는 모른 채 눈을 감아버리거나
"집필을 해기 위해서" 혹은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잠시 피합니다.
이처럼 '나뿐 놈'이나 '이상한 놈'들이 걸릴 때마다 필링에 대한 묘안을
내 보지만 결론은 그냥 하는 방법이 상책입니다. 제가 운이 좋다(?)보니까
일 년에 10만 사이나 넘는 원목을 다루느라 그렇지 포스트&빔 골조작업을
더 많이 할 때면 한결 고생이 덜하겠지요.
더할 수 없이 지독한 경험을 겪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이제는 어지간하면
모두들 전투적으로 필링과 곡 대패 작업을 해주니 모두들 고맙기만 합니다.
다시 충분한 원목부재 준비가 되었고.....
어느덧 H라인 6라운드에 이어
S라인 제 6라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통나무가 중간 중간 끊긴 게 보이시죠?
통나무벽체(Log Wall)를 만드는 과정에서 출입문과 창의 위치를 잡느라
미리 이 부분을 자른 채 세팅을 하는 '단목작업'을 하게 되는데, 거실 창처럼
폭이 넓은 경우에는 여러 모로 유용하지만 출입문 폭 정도의 공간은
나중에 잘라내기로 하고 일반 벽체로 쌓는 게 훨씬 편한 측면이 있으나
그렇게 하면 스크라이빙 등 여러 작업과정에서 공간이동이 원활하지 않지요.
그래서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단목작업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어요? ^ ^
나치(Notch)가 두 개 이상일 때는 바로 원목부재를 올려 순서에 따라
1차 세팅을 하면 되지만 한 개의 나치 위에는 그냥 올릴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각 고유번호에 알맞게 선택한 원목부재에 해당 나치의 높이차를 감안한
1차 스크라이빙을 하고 뒤집어서 커팅(Cutting)하는 등 마치 위에 올려 하듯
작업대에서 그 과정을 대신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러려면 먼저 나치의 높이와 그 위에 올려 질 부재의 두께를 고려해서
1차로 파낼 모양과 크기를 파악해야죠.
매 과정에서 해당하는 원리를 정확하게 알면 한결 일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이 간단한 그림에는 파내야 할 나치의 폭과 깊이, 경사각도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재고, 표시한 그림이 아니라도 서로 원리를 알고 커팅방법을
약속하였으므로 팀원 중 누가 해도 실수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퍼스트커팅을 한 부재를 제 위치에 올리면 가상의 선에 정렬하기 전
나무의 체적을 이등분하는 임시선(초크라인)을 만들고
아래에 미리 표시해둔 점과 선을 이용해
부재들을 정렬시킵니다.
이런 단목들 역시 오버스크라이브 하는데 나치가 하나이기 때문에
가공하고 세팅을 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Scribe할 때 미리
임시적인 탭(Tap, 일종의 돌출꼭지)을 만들어 그 높이(Gap, Over scribe)만큼
받혀주는 방법을 활용하면 한결 안정적이지요. 뭔 말인지 잘 모르시겠죠?
그러니까 앞으로 제가 "친절한우드맨씨"가 아니더라도 섭섭해 하지 마세요.
하여튼 단목작업은 훨씬 더 번거롭습니다.
원목을 다루는 일입니다.
굵기와 모양이 하나도 같은 게 없는 자연물을 차곡차곡 쌓아
일정한 높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수많은 변수에 무리 없이 대처해 갈 수 있습니다.
어려운 작업입니다. 내 마음과 기준이 중요하고
또 작업자들이 내 마음처럼 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며 역시 중요합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지방출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 흔쾌히 나선 길이었는데, 무책임한 시공자의 무모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재차 확인한 계기가 되었지요. "하면 된다!"는 구호가
긍정의 힘으로 작용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런 '삽질정신'은 이런 예처럼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안겨집니다.
H빔 구조와 기계식통나무골조. 사정상 구체적인 실 예를 들 수 없는 상황이나
공법여부를 떠나 시공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그건 그렇고.....
나선 김에 예전 '만년 JU기사'의 고향인 고창이 가까워 들렸지요.
엄청 반기는 JU기사, 즉 현지 안내인을 대동하고 잘 다듬어진 고창읍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와 하나 둘 조명을 밝히기 시작하는 읍내의 한 음식점에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객지에서 만남은 묘한 흥분을 안겨주네요.
이렇게 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모든 작업과정이 더 힘들어 지지요.
해더(Header) 전, S라인 제 7라운드 세팅을 마치고
H라인 해더 부재를 올렸습니다.
지금 경산 현장에서는 건축주께서 직접 기초공사를 진두지휘 하시느라
고군분투, 진땀을 흘리고 계십니다. 많은 여건이 제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리 되었는데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더구나 진입로 조건이 좋지 않아
스키드로더로 레미콘을 옮겨 나르고 계신다는군요. 이뤈.....
현장진행 상황도 점검을 하고 몇 가지 상의도 할 겸 이번 주 수, 목요일 중에
경산현장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제가 음료수라도 사다가 위로를 해 드려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 달무리님, 애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