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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13 - 열씨미 마감작업 중임

지암거사 2012. 4. 14. 20:46

 

1977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고딩 2년차였는데 그때는 제 주변의 친구들만 유독 그랬는지 방학이면 어김없이

완행열차 여행을 떠나곤 했지요. 그것도 혼자라야 한다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배웅을 했고, 조숙했던 친구에게는 담배 한 갑을 사주기도 했던 시절이었답니다.

 

밤샘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진역으로 여수로 그렇게 다니다가 그해 여름에는

강릉으로 행선지를 잡고서, 철암이던가요? 교과서에서 배운 똬리굴, 남한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역이라는 고한을 지나 영주에서 스위치 빽... 아니 영주에서

제가 다시 기차를 갈아탔는지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여튼...

 

기차는 어느덧 강원도 산골을 빠져나와 한창 해안가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고

마주앉은 낯 선 여학생과 어색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요. 그 여학생은

강릉 이전 역에서 내렸던 것 같고, 서로 주소를 교환했네요.

 

대구시 서구 비산동.

몇 번 편지를 교환했고 그해 가을인지 겨울에 그 여학생이 서울에 왔습니다.

창경원(궁)을 거닐었고 제가 다시 대구에 가서 만나기로 했는데... 입시 탓에

(재수 삼수 ㅡ,.ㅡ):;)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뻔질나게 경산 시내를 드나들면서, 대구 수성톨게이트와

월드컵경기장 앞을 지나면서, 그런 대구와의 첫 인연이 떠오르더군요.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일주일을 쉬고(참 많이도 쉰다), 6월16일부터 루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붕 면적이 넓다 보니 4명이 5일 동안 쉬지 않고 때려 박았네요. ㅎㅎ

마감작업 중 많은 일들이 그 과정은 매우 지루합니다만 최종 단계에 가서야

수고한 보람을 느끼게 되지요. 이 사진을 보니 박공처마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이 나시지요?

 

 

금속기와를 얹을 준비도 하고...

 

이집은 금속기와를 시공하기로 약속되었습니다만 저는 한동안 고민을 했지요.

자꾸 눈높이가 높아진 탓인데 번다한 고민 끝에 결심하고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지붕경사 45도. 발 디딤과 손으로 잡을 게 없이는 걸어 다니며 일을 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뾰족지붕이라야 통나무집과 더 잘 어울린다는 저의 집착 때문인데

저희도 물론 힘들었지만 이 양반들 고통도 보통이 훨씬 넘겠지요?

 

점검 차 몇 번 올라간 지붕위에는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에 금속지붕재가

열을 받아 장난이 아니더군요. 저를 포함해서 관리자들 간에 매끄럽지 않은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고생은 충분히 이해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가장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지붕과 벽체가 만나는 곳.

이 역시 원리를 이해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한 일이므로

믿고 맡겼다 해서 뒷짐을 질 상황은 아니지요.

 

아 ~ 창 아래 두 개의 은색 캡은?

변기의 오수 벤트(공기 흐름 장치?)와 1층 화장실의 환풍기 배출구랍니다.

2층 이상의 건물이나 오수배관이 복잡한 경우에는 이 에어벤트가 꼭 필요한데,

예전에 지어진 집의 변기 물이 시원하게 빠지지 않는 경우는 소위

‘에어가 차서’라죠? 그걸 해결하는 장치입니다.

 

 

지루했던 지붕 루버작업이 끝나고

 

 

외부 통나무와 루버에 오일스테인, 아니 지금부터는 오일성분이 아닌 수용성

스테인을 입히는 작업을 꽤 진지하게 진행했습니다.

 

 

되 메우기 흙 속에 갇힐 뻔 했던 배관을 노출시켜 살려내고

 

 

수물 다섯 번 정도 고민했던 2층의 배관문제를 수정, 마무리한 다음

 

 

역시 마흔 번 정도 망설였던 비트(위 아래층 배관을 모아두는 공간?) 크기와

마감방식을 결정하고 나서 세탁실 방수를 위해 마그네슘보드를 붙였습니다.

 

 

저는 집안을 온통 루버로 도배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붕에 루버를 붙이는 김에 같이 해 버리면 공정관리상 편한 측면이 있겠으나

시각적으로 지루하다고 보는데

 

 

특히 1층 천장은 벽체가 모두 통나무이므로 두 번 세 번 손이 가더라도

다른 마감방법을 선택하려고 노력합니다. 매입등을 많이 활용한 이번 경우

다 완성되고 난 다음 밤에 불을 켜 보면 그 분위기가 느껴지겠지요.

 

 

나무는 빛을 흡수한답니다. 그러니 같은 밝기라도 다소 어둡다고 느낄 터인데

일견 편안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침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능하면 충분한 분량의 전등을 배치하려고 합니다. 필요할 땐 켜고

평소에는 불편하지 않을 만큼 조절을 하면 되니까요.

 

 

천창도 달고

 

 

오만가지 배선으로 복잡했던 현관 중문 벽도 정리하고 있는 중!

 

 

 

창문을 다는 날 제가 그랬습니다.

 

“조사장님! 그동안 고생은 우리들이 다 했는데 창문 하나 달았다고 작업진도가

팍 나간 것 같네요. 아이 약 올라...”

 

그렇습니다. 창문과 출입문 달고 전등 달면 갑자기 집이 다 된 느낌이 들지요.

 

 

마감재로서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 저는 일명 독일방식의 시스템창호를

기본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일반 이중창이라든가 미국식 시스템창호 등은

마이너스 옵션인 셈이지요.

 

 

전신주도 심고 데크도 깔아야 하는 등의 일정을 앞두고 일요일인 어제 비계를

해체했습니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날씨가 맑아 무사히 마쳤습니다.

설치하는 데는 하루가 꼬박 걸리더니 해체는 반나절 만에 끝나버리네요.

 

 

전용 스테인으로 두 번이나 화장한 말끔한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일 년 만의 마감작업이어서인지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작업진도가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기도 했지만

이처럼 예상했던 대로 집의 윤곽이 서서히 잡혀가니 그동안 고민하고 애 쓴

보람이 느껴지는군요.

 

 

많은 통나무 빌더들에게 마감작업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골조작업만 하는 이들도 있고 마감을 하더라도 목조지붕과 벽체 합판작업만

경험하고 나머지는 별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저는

집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감공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최종마감작업까지 도맡아 진행해 왔습니다.

 

며칠 전 티타임에 웃으며 팀원들에게 진반 농반 이런 말을 했네요.

 

“사람들이 집을 짓고 나면 한 십년 쯤 늙는다는데 내가 대신 그 고민을

떠안고 보니 나도 한 집을 지을 때마다 일 년 정도는 더 늙는 것 같아. ㅎㅎ”

 

 

마무리 작업은 정말 옹색한 일들입니다. 별 표시도 나지 않고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할 일도 아닌 것이 시간을 축내는 그런 양상이지요.

 

이제 지하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남았고 화장실과 욕실은 타일작업만을

남겨두었습니다. 바닥 난방은 소양통나무집과 같은 제품으로 시공될 것이고

계획보다 거의 배로 늘어난 데크를 만들면 99% 의 공정이 끝나는 셈입니다.

 

 

마지막 내부와 외부구경하기 편을 기대해 주세요.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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