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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번 외편.....

지암거사 2012. 4. 14. 20:47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번 외편

 

 

토요일 오후, 산딸기 밭 앞 무른 땅에 빠져있던 크레인을 빼 내느라

진땀 꽤나 흘리고도 장마 비에 쓸려 내려가 한 쪽이 작은 도랑이 되어버린

언덕길을 내려오느라 가슴을 졸이고 또 손에 땀을 쥐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내리막길이라 바퀴 한 쪽이 죽탕에 빠져가면서 아슬아슬하게

내려올 수 있었지요.

 

경산 현장은 막바지...공주에서는 안 온다고 성화이니 우선 크레인과 일부

장비를 옮기려고 이런 저런 현장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시던 달무리님이

저녁을 먹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이상하다”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지난 두 달 동안 경산시내 일대를 누비고 보니 마치 제 동네인 양

편안하고 익숙합니다. 그러니 제 마음 또한 울렁거리고 그렇네요.

 

 

일요일 오전, 폭우 속을 뚫고 달려 올라간 공주 현장에 도착하니 도저히

짐을 풀 수 없는 지경이라 한참동안 차 안에서 멍하니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를 보고만 있었지요.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질 무렵 읍내에 가서

점심이나 먹고 돌아와 다시 상황을 지켜볼까 하다가 그냥 우비를 입은 채

컨테이너에 잽싸게 장비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시 경산 현장으로

돌아와 다시 마무리 작업을 하고.....

 

 

 

경산통나무집의 건축주이신 달무리님은 제게 많은 기회를 주신 분입니다.

건식마루와 온돌난방을 시공하겠다, 금속기와를 얹겠다, 지붕을 넓히겠다,

커다란 포치를 만들겠다...이거 다 시공비용에 들어가는 거다 하고 제안한

저의 의견을 거의 모두 수용하셨지요.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사항은 앞서서

나중에 그만큼 정산하자고 선수를 침으로써 저를 고민에 빠트리지 않으셨고

어쩌다가 의견을 내실 때도 혹시 제가 곤란할까봐 배려를 많이 하셨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고맙고도 고맙지요. 그만큼 저는 온전한 재량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지금까지 경산통나무집을 만들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달무리님은 본채가 들어서기에 앞서 마루를 짜러 내려온 사흘 동안 내내,

이후에도 사흘이 멀다 하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희를 위로하기 위해

경산시민이라면 다 알만한 알찬 음식점으로 안내하셨습니다.(뭐 다른 분께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고요^^)그럼에도 그동안 이처럼 바람직한(?)

소식을 올리지 않은, 못한 이유는...마감작업 중반 이후에 일주일 간격으로

팀원의 반을 잃어 제가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 춘양에서 함께했던 만주군이 한동안 일을 돕다 갔으며

마무리 일에 강한 고니가 새로 들어왔고 작년에 소양통나무집 마감작업을

같이 했던 태진군이 뒤늦게 합류했지만 아직 팀이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건축현장에서 각 공정에 따라 작업자들의 들고 남은 당연한 일이라 해도

그동안 “팀”의 의미와 가치를 강조해 온 저에게는 매우 큰 아픔입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던 리더로서의 자질감이 부족한 탓에

백퍼센트 원인이 있다는 자책과 후회로 힘들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더구나 저를 통해 통나무건축에 입문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하며

능력을 발휘해 마치 제 오른팔과 같았던 30군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그가 생각날 때마다 제 인격의 미숙함을 들킨 것 같아 많이 부끄럽군요.

 

 

전처럼 모두가 활기차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기대하셨을 달무리님에게

도무지 낯이 서질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밥을 먹으며 사과를 드렸지요.

예상보다 보름 이상 일정이 늦어진 원인은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도

있지만 바로 이런 사정이 많이 작용한 탓입니다.

 

작업일정에 차질을 안겨준 또 다른 원인은 제가 그토록 권해마지 않았던

경사지건축의 어려움에 있더군요. 모든 작업과정이 제 예상보다 힘들고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저희가 직접 하는 일 들 뿐만이 아니라

하청으로 나누어 준 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지붕의 경사도와

크기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이런 점을 꼭 고려해야겠네요.

 

 

초기부터 한참동안은 건축주인 달무리님이 마치 손님 같았지요.

하지만 점점 집이 완성되어갈수록 저는 제 집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어

조심스러워지고, 건축주는 당연히 엄연한 집주인으로서 표가 납니다.

 

저기 흰 모자를 쓰신 분도 그런 티가 나지요? ^

 

이제 곧 열쇄를 넘겨줄 시간.

달무리님은 앞으로 여행길에 제 아내와 같이 오면 분위기 좋은 2층 방을

내 주시겠다하고 안주인께서는 대구 근방에 올 일이 있으면 꼭 들리라는

말씀을 해 주시지만 앞으로는 지금처럼 맘 편하게 활보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더 드는 가 봅니다.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내부구경하기, 외부구경하기는 토목공사와 조경을

마치고 달무리님 가족이 입주한 다음 사진을 찍어 올리겠습니다. 아마도

다음 달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달무리님!

제가 열심히 지은 집, 더 멋지게 잘 살려주세요!!

 

 

 

 

출처 :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글쓴이 : Gornelli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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